서평
카를로 로벨리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를 읽었던 지라, 반가운 이름을 보고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과학 교양서와 문학서적의 애매한 경계에 걸쳐있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읽었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에서는 일반인에게 최대한 상세히 설명하려는 물리학자의 스탠스로 설명했다면 이 책은 ‘아무리 설명해봤자 제대로 이해 못하니까 그냥 문학적으로 써볼게’ 라는 식으로 쓴 것 같았다. 전공자의 지식보다는 부족하다만 어느정도 교양선에서의 지식은 갖고있다고 생각하는 내가 읽기에는 매우 불편했다. 차라리 수식을 정량적으로 풀어 설명해주던가 아예 두루뭉술하고 문학적인 이야기를 작가가 아닌 물리학자의 입에서 듣는 것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화이트홀 그 자체에 대해
화이트홀이라는 것이 아직은 초끈이론과 다중우주론과 같이 제대로 증명되거나 밝혀지지 않은 이론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이해한 바를 설명하자면 화이트홀은 블랙홀의 역과정으로 블랙홀로 빨려들어간 모든 질량들이 뿜어져 나오는 일종의 수도꼭지처럼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바닥으로 자유낙하한 물체가 탄성충돌 후 다시 튀어오르는 과정을 촬영한 뒤 역재생하면 선후관계를 알 수 없는 것 처럼 일종의 순차적(혹은 역 순차적) 과정으로 작동한다는 주장이다.
블랙홀처럼 모든 물체가 빨려들어가 최소 질량인 플랑크 별을 이루는 특이점을 찍은 후 다시 그 반향 혹은 반등으로 화이트홀을 이룬다는 것이다. 블랙홀(혹은 화이트홀) 내부에서는 둘 사이의 차이를 알 수 있겠으나 외부 관찰자의 측면에서는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구분할 수 없다. 애초에 공간에 작용하는 중력은 빛을 휘고 느려지게 만들기에 사건의 지평선으로 들어가는 물체를 관측할 수 없다.
우리가 블랙홀에 대해 아는 바는 매우 적지만 어쩌면 우리가 관측하는 블랙홀의 일부는, 혹은 절반은, 혹은 대다수는 화이트홀일지도 모르겠다.
블랙홀과 화이트홀 또한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블랙홀에 의해 생성된 화이트홀의 크기는 원래의 사건의 지평선의 크기보다 항상 작다. 이는 호킹 복사에 의한 것이다.
이를 확장하여 우리가 우주의 시작이라 여기는 ‘빅뱅’은 사실 거대한 폭발이 아니라 이전에 생성되었던 블랙홀의(화이트홀로 바뀐) 거대한 빅 바운스일 수도 있다는 모험적인 주장을 펼친다.
단상
시간 자체와, 공간까지도 힘(중력)으로 비틀 수 있는데, 단 하나 비틀지 못하는 것은 시간의 방향이 아닐까. 어떠한 상황에서도,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는 초-시공간에서 불변하는 것은 빛의 속도도, 좌표도 아닌 시간의 방향성이 아닐까
이런 소재들에 대해 SF를 써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의 방향이 폐곡선을 그리거나, 환의 형태로 생겼다면, 교차하고 방향을 달리하는 시간 내에서 항상 직진하는 방향성을 가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는 것은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