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의 신작은 모두 챙겨 볼 정도로 열성 팬이었던 것 같은데,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가, 많이 봐서 그런가 이제는 신선하게 느껴지기보다 일종의 규칙성, 형식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고양이가 막 출간되었을 때 봤던 기억이 있었는데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 다시 읽게 되었다. 이제는 베르나르의 작품세계에 감탄하기보다는 그냥 관성적으로, 시간때우기용 소설로 읽게 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어떤 부분에서는 나의 독서력의 성장인가 싶기도 하면서도, 슬픈 감이 있다.

고양이라는 동물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 인간 사회의 모습. 전쟁과 폭력이 지배한 세상에서 지구를 지배하는 종은 더이상 인간이 아닌 쥐이다. 항상 그의 작품 속에서 조명하는 동물들은 개미나 쥐와 같이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들이고, 역설적으로 고양이는 홀로 살아가지만 책 속에서의 주인공을 보았을 때 집사와 다른 고양이들과 소통하면서 점차 견문을 넓혀 가는 과정이 묘사된다.

프랑스라는 지역 자체가 혁명의 발상지이기도 하기에 작가도 개인의 능력과 힘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민중의 단결과 협력, 특히 인터넷과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무선 네크워크로 하나된 세상에서의 군중의 힘에 관해 역설하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