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처음 든 생각 : 오 이거 재밌다. 한국 역사물(?) + 여성 서사라 전혀 맘에 들을 것이라는 생각이 없었는데, 의외로 재미있었다.

초반부를 읽고 든 인상은, 오페라 ‘나비 부인’이 떠올랐다.

또 비슷한 시기에 함께 읽었던, 최은영의 장편 소설 밝은 밤이 떠올랐다.

현실적인 입장에서 주인공 선자에게 이입하여 이야기를 보다 보면, 한수가 참 나쁜 사람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또 기적처럼 구하러 온, 그리고 이미 앳된 미모는 떠나고 애가 둘이나 딸린 선자와 그의 가족들의 생명을 구하고 챙기는 은인인 한수는 아내가 있음에도 그녀를 임신시키고 떠나버린 악인이라고 규정하기는 애매하다.

과연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난 독립운동을 할 수 있었을까? 독립운동은 부양할 가족이 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고, 본인이 먹고 살기 위해, 본인 가족을 위해 스스로를 건사하는 일만이 옳은 것일까?

일본에 사는 조선인들은 어쩌면 서로가 적이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빈곤이 죄는 아니지만, 빈곤으로 인해 날카로워지고, 억척스러워진 그들간에 어쩌면 그저 절대 악으로 간주되어지기에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부되는 일본인보다 같은 동포면서, 같은 나라와 말을 쓰는 사람들끼리 어떻게 저럴 수가 있냐는 식으로 조선인이 더욱 미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

이삭은 믿음을 굽히지 않았다. 그것이 정론이라는 것을 알아도 과연 잡혀 수 년 동안 감옥에서 죽기 직전까지 고문과 고초를 당하다 올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가족들을 마음을 미어지게 만드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결국 살아야 하는거라며 이삭을 탓한 형 요셉은, 본인 스스로도 가부장적인 (가부장적인 것은 아내를 사랑하지 않고 폭압한다는 뜻이 전혀 아니다) 태도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살아내기 위해 아내와 제수씨를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는 폭력배들이 밥을 먹는 식당에 김치를 팔러 보내는 것을 묵인할 수 밖에 없다.

2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