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상적으로 바라보거나, 작가의 연출과 의도를 파악하려고 애쓰며 관람하는 모든 방면에서 재밌다. 어쩔 수 없이 재미있다. 해학적 요소로 가득찬 하이 텐션 전개 속에서 마냥 웃다가도, 내가 여기서 웃는게 맞는지 되돌아보며 혼란스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돌출되어 잘 알아볼 수 있는 요소와, 땅 속에 묻혀 그 속을 파보아야만 알 수 있는 상징적 요소들이 혼재되어서 곱씹을 때 그 재미를 더한다.

25년을 종잇밥만 먹으며 살아왔다는 장인의 자존심, 마당 딸린 집과 대형견, 테니스와 댄스 레슨, 첼로를 배우는 아이로 대표되는 보여주기식 삶과 그 속에 내재된 허영심, 금연과 금주로 스스로를 자박하던 삶의 모습까지 땅에 파묻고 나서야 주인공은 AI가 대체해 버린 자동화 공장의 관리직이라는 초라한 타이틀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나무가 베여 종이가 되고 다시 재생되어 나무가 되는 거대한 영속적 순환의 모티프 앞에서 사력을 다해 발버둥치고 저항하지만, 결국 쟁취한 성공의 발판은 일시적이고 위태롭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