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북 1배속 기준으로 13시간 44분의 분량을 자랑하는지라 거의 다 읽었음에도 쉽게 끝을 내지 못했다.
물론 나도 사람들이 많이 읽는, 유명한 장르소설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항상 내가 언급하는, ‘모든 추리소설의 흠은 작가가 파둔 함정에 독자가 걸려야 한다’ 는 사실에 여전히 예외가 되는 소설은 아니었다.
분명 이 홍콩인 장르소설 작가의 필력과 작품 구성의 솜씨는 대단하다. 칭찬받을만 하며 유명한 이유도 잘 알 것 같다. 적절한 시의성을 찾는 부분에 있어서는 영 애매하다. 작품을 음미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이 로맨스 웹소설이나 웹툰에 이입했을 때의 그것과 유사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쉽게 표현하자면 ‘아, 유레카-‘ 하는 감정을 느끼기 위해 그토록 켜켜히 쌓인 설정과 복선을 이해하는 고행을 거치는 것과 같다.
앞선 의견과는 별개로 작품의 거의 끝부분까지 ‘고독한 용의자’라는 제목의 이유를 찾을 수 없다가 95%정도 왔을 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점은 신선했다. 보통 그렇게 반전이 일어나면 제대로 짜맞추어지지 않아 올이 나간 요소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이정도면 장편 치고 참 그 균일성을 맞추었다고 봐도 좋을 듯 하다.
문장 하나하나가 갖는 의미, 그 추론의 단서를 얻어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보니 글 속 내용과 분위기, 어느 정도의 전개를 이해하기만 하면 책을 멈춰놓고 어떻게 사건이 진행되었을지 따져보고 추론하는 일(곧 스스로 탐정이 되는 일 따위) 는 필요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러한 추리소설이 오디오북으로 읽히기에는 꽤나 적절한 것 같다.
누군가에게 읽어보라고 하면 선뜻 추천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미 추리라는 장르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