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DR

  • 주인공에게 주어진 100일간의 자살 유예기간, 이를 통해 느끼는 살아가는 이융
  • 진부하고 따분한 전개로 문학적 요소가 있는지는 모르겠음
  •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이 이정도라면, 다른 수상작이나 입선작은 볼 이유가 없을 듯

내용

불우한 가정사와 상황으로 인해 자살을 결심한 주인공에게 찾아온 의문의 단체.

약 3개월간 자신들의 요구에 따른다면 이후에 고통 없이 자신이 원하던 죽음을 선물해 주겠다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그 제안을 수락한 주인공은 할머니들이 거주하시는 요양원에서, 유기견들이 모여있는 보호소에서 각각 한 달을 지내고, 마지막 한 달은 자신이 원하는 여행을 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전혀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던 그였지만 3개월의 시간을 통해 자신의 인생의 소중함을 느끼며 피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 살고 싶은 의지를 되새기며 새로운 삶을 선물받게 된다.

감상

책의 도입부 주인공의 과거사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과잉 무지개’ 라는 책의 제목에 관련된 묘사

닿을 수 없는 과잉 무지개의 끝을 바라보는 주인공에 대한 묘사가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난다.

저 무지개 끝에는 맛있는 것, 좋은 것, 예쁜 것이 있다고. 언젠가 엄마가 내 곁을 떠나면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행복하게 살고 있을 거라고.

“준재야, 저건 행복한 사람에게 보이는 무지개란다. 네가 행복이 많아 무지개도 여러 개가 보이는 거야.”

훗날 알게 되었다. 그 무지개는 내가 행복한 사람이라서, 특별한 사람이라서 볼 수 있던 게 아니었다. 그저 무지개가 나타나는 ‘과잉 무지개’ 현상에 불과했다.

성장하고 배우며 모르던 것을 알게 되는 일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만스럽게 이를 늘어놓는 이유는, 지금의 내가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행복함과 무지개가 연관이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지만, 어쩐지 마음 깊은 곳에는 미련이 있는 듯하다. 그래서 이른 예상도 할 수 없다.

나는 앞으로 영영 무지개를 볼 수 없을 것이다.

서평

자살이라는 소재가 소설을 쓰는 작가에게 있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을 쓰는 작가 뿐만 아니라 읽는 독자에게도 매력적인 소재인 것에는 틀림이 없다. 불현듯 예고없이 찾아오는 죽음이라는 요소를 스스로 결정지을 수 있다는 점, 오직 신만이 주관할 수 있는 죽음을 자신의 자유의지로 끊을 수 있다는 것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다. 자살을 소재로 한 소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너무 공익광고 스럽거나, 너무 멘헤라스러운 부류이다. 이 책은 전자에 가깝다. 주인공이 자살을 결심하게 된 동기 또한 명확하기도 하고 자살 예방, 생명 존중 글짓기 대회 수상작일 것 만 같은 이 책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어떠한 임팩트를 줄지,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읽지는 않았다.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이라고 들었다. 1000대 1의 경쟁률이 어쩌고, 하는 카피에도 그렇게 크게 마음이 동요하지 않았다. 명작이라 분류되는 책을 번역하는 번역가의 역량이 어쩌면 신춘문예 대상 수상한 작가보다 더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원서가 워낙 뛰어난 점도 있겠지만 맥락과 앞뒤 구성을 고려하여 천 위에 자수로 수놓아진 멋진 그림을 보는 것 같은 번역서들을 읽다가 이 책을 읽으니 역체감이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러한 책을 더욱 짜임새있고 세밀한 묘사로 바꾸어 주는 한국어 to 한국어 번역가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몇 년만 있으면 ChatGPT가 그걸 대신할 수도 있고.

‘여기서 눈물 흘리세요, 여기서 우셔야 합니다’ 따위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고전적인 소재, 모성애와 죽음을 다루고 있다. 자살을 결심한 이에게 유예기간을 주고 다시 자신의 삶의 이유를 찾는 내용 또한 어디서 많이 본 클리셰이다. 생명의 소중함, 나의 삶의 이유를 되돌아보는 주제의식이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겠지만 나에겐 오히려 신선했다. ‘인간 실격’, ‘마음’과 같은 허무주의와 저물어가는 시대정신이 담긴 책들만을 보다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이 책으로부터 마음의 위안을 얻고, 다시 살아갈 의지를 얻는 부류의 사람이라면 이 책을 당장 덮고 “7번방의 선물” 부터 보러 가기를 추천한다.